[칼럼] 국정원 채용 준비방법 ③ 국가정보원의 이해와 수험준비 - 민진규 교수(합격의법학원)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8-08-29 오후 8:18:00
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08.27 15:0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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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

(3) 국가정보원의 역사

영화 ‘공작’의 주인공인 흑금성을 파견했던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는 1998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비밀정보활동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8월 8일 개봉한 이후 8월 23일 기준 관람객이 430만 명을 넘어섰다.

개인의 인생을 뭉갠 권력은 유한했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국가안보를 해치고 국민의 눈을 멀게 한 비뚤어진 권력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다. ‘역사는 기록한 자의 편이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공작’이 흥행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촛불집회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상징되는 보수정권의 무능과 교만을 심판한다며 진보정권이 권력을 잡은 지도 1년 반이 지났지만 국민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민을 감시하고 핍박하는 전위대였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 소위 말하는 적폐기관에 대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개혁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해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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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의 변천사

▶ 권력을 옹위하고 권력투쟁의 중심에 서면서 정체성마저 잃어

한국의 최고 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1961년 설립된 중앙정보부(KCIA)를 모태로 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지원을 받아 설립하면서 미국식 정보기관의 기반을 구축하려고 시도했지만 정작 조직의 주축은 5‧〮16군사 쿠데타 세력이었다.

정권의 호위기관이자 권력의 핵심으로 오욕과 영광의 역사가 점철된 국가정보원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향후 개혁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할 것으로 판단해 정리했다.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가칭 대외안보정보원의 변천사를 대통령, 원훈, 비판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앙정보부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유지됐다. 중앙정보부의 초대 부장은 2018년 6월 사망한 김종필 전 총리였다. 박정희 대통령과는 친인척이며, 4‧19 시민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한 5‧16 군사 쿠데타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육사 8기였다.

김종필은 자신이 설립한 중앙정보부를 배경으로 박정희 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다. 박정희 정권 18년을 유지한 가장 큰 힘도 중앙정보부였고,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중앙정보부였다.

김종필 초대 부장이 직접 만든 중앙정보부의 부훈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음지’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슨 이유에서 음지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이후 중앙정보부는 각종 불법, 탈법, 비법적인 업무에 동원된다.

결국 이러한 부훈으로 인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인 ‘국가안보의 확립’, ‘국가이익의 극대화’보다는 반정부 세력을 색출해 1인 독재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중앙정보부가 권력투쟁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김종필 부장을 포함해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실종된 김형욱 부장,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부장 등이 입증한다.

둘째, 안기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로 촉발된 정국 혼란을 악용해 12‧12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전두환 정권이 중앙정보부의 위상을 격하시키기 위해 개칭한 이름이다. 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가 군사 쿠데타를 성공시킨 후 권력의 최상부에 위치하면서 안기부는 보안사를 보좌하는 들러리 기관으로 전락한다.

안기부는 쿠데타의 주역인 전두환,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든 후에도 문민 대통령인 김영삼 정부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했다. 안기부의 부훈도 중앙정보부의 부훈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대통령만 달라졌지 하는 업무나 조직 구성원은 차이가 없었다. 안기부 대신에 보안사가 정권안보를 주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기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노동자, 야당 등을 탄압하는 임무를 소홀하게 대하지 않아 반인권기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해외 정보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안기부가 일본의 조선, 전자 등의 선진국의 산업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활동을 펼쳐 한국경제에 크게 기여했다고 하지만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세계는 동서냉전이 종료되고 데탕트로 접어들었는데, 안기부는 시대착오적인 임무에 집착하고 있었던 셈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이후 조직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쿠데타 세력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기부의 예산과 조직을 활용한 것이다. 안풍사건, 북풍사건 등을 보면 문민정부도 마찬가지 동일한 유혹에 빠졌던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유지된 보수정권을 무너뜨린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했다. 영화 공작의 흑금성이라는 비밀정보요원의 신분이 드러난 북풍사건이 계기로 작용했다.

국가정보원은 진보정권인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동안 명칭을 유지했다. 하지만 보수정권 10년동안 과도하게 정치권과 밀착해 권력을 행사하면서 대표적인 적폐기관으로 몰렸다.

불법도청의 유지, 댓글공작 등 정치관여, 특활비 상납 등 예산비리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정보원의 전직 수장 중에서 정치보복이나 사법처벌을 받지 않은 원장이 적을 정도로 조직은 백척간두에 서 있는 난파선처럼 흔들렸다.

진보와 보수정권이라는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정체성(identity)을 잃은 것도 국가정보원으로서는 빼 아픈 실수라고 판단된다. 본연의 임무라는 근본으로 돌아가 위기를 극복하기 보다는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자임하면서 조직의 임무나 방향, 원훈도 수시로 변경했다.

중앙정보부 설립 이후 37년동안 유지되던 모토가 1998년 5월 ‘정보는 국력이다.’으로 변경됐다. 2008년 10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거쳐 2016년 6월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귀결됐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적폐기관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국가정보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발표했고, 반정부세력을 탄압하는데 악용한 대공수사권를 폐지했다.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국내정보 수집활동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 대외안보정보원의 미래는 직원과 국가정보학자의 협력에 달려 있어

2018년 1월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의 개혁방향에 대해서 발표하고 반년이 지났지만 별반 진전이 없다.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하는데, 8월말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2019년에 대외안보정보원이 제대로 출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따르면 대외안보정보원은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국내정보수집 중단, 대북정보를 포함한 해외정보 수집업무에 전념하겠다는 구상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대외안보정보원이 2016년 변경된 모토인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를 유지할 것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소리 없는 헌신’은 직원이 가져야 할 자세에 해당되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는 조직의 임무라고 볼 수 있다.

정보전문가들은 한국 정보기관의 모토는 아직도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절하한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고 있는 21세기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적합한 모토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니라면 1946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도 동일한 모토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중앙정보부와 같이 정권이나 시대의 변화를 아우를 수 있는 모토를 심사숙고해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앙정보부의 모델이 된 미국의 중앙정보부는 ‘ 너희는 진리를 구할지어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 모사드(ISIS)의 모토도 ‘도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모사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리라’라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들은 조직의 존립 기반으로‘진리’나 ‘지혜’를 추구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정보기관은 ‘음지’, ‘무명의 헌신’, ‘소리 없는 헌신’ 등과 같은 개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할 대외안보정보원은 과거와 완전하게 결별해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우려를 말끔히 지우기 어렵다. 해방 이후 권력남용, 민주화 운동 탄압, 불법 정치관여, 각종 불미스러운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가안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국가정보기관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댓글공작을 주도한 사이버전사령부,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촛불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도 개혁은 하되 존치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도 동일한 이유다.

사이버전사령부는 사이버작전사령부, 기무사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탄생을 준비 중이다. 국가정보원도 대외안보정보정보원으로 변신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민주화의 진전과 성숙된 국민의식에 부응하겠다고 하니 진심 어린 애정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개혁 방안만으로는 부족하다.

냉전이 종료되고 소련연방이 붕괴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구미 선진 강대국들도 국가정보기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선진국이 정보기관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존재가치를 보장 받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개선했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찾아 한국의 국가정보기관에 적용할 교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문재인 정부에서 대외안보정보원이 선진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묘책을 찾지 못하고, 과거의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가정보원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밀착하는 등 우왕좌왕하면 한국은 이류국가로 전락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로벌 국가경쟁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직에서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직원들과 오랜 기간 동안 국가정보학을 연구하고 국가의 동량(棟梁)을 키우기 위한 지혜를 축적해온 국가정보학자들이 합심해야 할 이유다.

– 계속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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