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정원 채용 준비방법 ⑫ 논술의 의미와 글쓰기 - 민진규 교수(합격의 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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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2
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0.29 13:1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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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

논술은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수필이나 일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수필이나 일기는 특별한 형식이 없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된다. 하지만 논술은 논증과 서술로 구성된 글로서 ‘체계를 갖춰 사물의 옳고 그름을 따져 사리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도 수필이나 일기를 쓸 수는 있지만 논술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학생이나 일반인이라고 해도 좋은 논술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 살짜리 아이도 말은 할 수 있지만 조리 있는 연설을 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2000년대 들어 대학이나 각종 시험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학원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좋은 논술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찾기 어렵다. 언론사 논설위원의 사설이나 칼럼, 대학교수와 같은 저명한 학자들이 언론에 기고하는 글이 논리적인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주업무인 언론사에 근무하는 기자들에게 ‘좋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해 보면 특별한 노하우는 없고 매일 열심히 쓰는 방법밖에 없다고 대답한다.

유명 언론사에 오랜 기간 근무한 친구도 입사 초기에 글 쓰는 법을 회사나 선배에게 배우지 않았다고 알려줬다. 회사 연수원이나 현업 부서에도 글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선배나 주변인이 쓴 좋은 글을 보면서 어깨너머로 배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수십 권의 책을 출간하고, 수천 편의 칼럼을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한 필자도 글 쓰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는 않았다. 관련 자료를 많이 읽어 연관 지식을 충분히 쌓고 글의 전개과정을 치열하게 고민한 후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유일한 비결이다.

국정원 수험생들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도 필자와 비슷한 과정을 겪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단순히 요령만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정원 논술을 잘 쓰기 위한 글의 구성과 작성요령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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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술의 구성과 작성요령

▶ 논제에 따라 서론, 본론, 결론의 개요문 작성이 출발점
국정원 시험용 논술뿐만 아니라 모든 논술은 서론, 본론, 결론 등의 구성요건을 갖춰야 한다. 각 문단을 구성하는 것도 문장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을 넘어 논리적인 구조에 적합하도록 통일성(unity), 연결성(coherence), 강조성(emphasis) 등을 고려해야 한다. 국정원 논술을 구성하는 서론, 본론, 결론을 작성하는 요령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론은 논술의 첫 단락이므로 독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하고, 글의 전개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논제를 파악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도입문(general statement)를 잘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도입문을 읽어보면 글쓴이가 논제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도입문을 완성했으면 이제 논제의 범위, 성격, 관련 이론을 설명하면 왜 이러한 논제가 주어졌는지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 된다. 다음으로 주제문(thesis statement)에서 본론의 전개 순서를 제시해야 한다. 논제를 이해한 상태에서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주제를 다룰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다.

둘째, 본론은 두괄식으로 주제문의 내용에 따라 소주제문(topic sentence)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음으로 소주제문을 백업할 수 있는 뒷받침 문장(supporting sentence)를 나열하면서 문단을 구성하면 된다. 예시, 인용, 분석,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 등을 제시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본론은 서론의 주제문에서 제시한 방향에 충실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신의 배경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너무 많은 사례를 적시하면 오히려 난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본론은 본론 1, 본론 2, 본론 3 등으로 구성되며 가장 설득력 있는 주제부터 순차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독자의 관심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셋째, 결론은 본론에서 제시하고 전개한 자신의 논리를 요약해 정리한 결어(concluding sentence)와 끝맺는 문장으로 구성된다. 결어는 본론에서 제시한 내용만 요약해야 하고, 끝맺는 문장에서는 논제에 대한 제언이나 전망, 자신의 의견이나 바람, 교훈이나 미래의 비전 등을 정리하면 충분하다.

결론에서 새로운 주제나 사례, 내용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 결론은 글을 마무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서론이나 본론에서 언급한 내용만 정리해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나 본론에서 잊어버린 내용이 생각난다고 포함시키는 것은 오히려 감점요인이 된다. 결론에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논술은 논제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서론, 본론, 결론 등에 잘 포함시켜 독자를 설득할 있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글이 논리적으로 전개되면서 모든 내용이 논제와 일관되며 통일된 것인지, 사례나 의견 등이 물이 흐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연결되었는지,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이 충분하게 강조되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 평가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 마음이 급해도 근본으로 돌아가 기초지식 함양부터 시작해야
논술의 구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일부 독자들은 글의 구성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십 년간 글을 쓰고, 글쓰기 강의를 진행한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논술을 기술적으로 잘 구성된 글은 많이 보지 못했다.

필자의 주장이 믿기지 않는다면 국내 주요 언론사의 사설이나 칼럼을 몇 개 구해서 읽어보고 확인하기를 바란다. 수십 년간 매일 논리적인 글을 쓰고 있는 논설위원들의 사설이나 칼럼도 서론, 본론, 결론 등의 구성요건을 잘 구성한 사례는 드물다.

국정원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초중고 및 대학을 거치면서 다양한 글쓰기 공부를 경험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너무 많은 요령과 기법을 터득했을 것이라고 믿지만 좋은 논술을 작성하기 위해 잊지 않았으면 하는 몇 가지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정원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책 읽기를 추천한다. 한국사에 관련된 책도 읽어야 하지만 국가정보학(민진규, 배움), 외교사, 정책학 등에 관련된 서적도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단순한 지식만으로 논제에 적합한 논리적인 글을 유연하게 풀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1만년 역사상 최고의 시인으로 알려진 두보(杜甫)는 ‘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이라고 했다. 즉 ‘만 권의 책을 읽으면 글쓰기가 신의 경지에 오른다.’는 의미이다. 흔히 두보나 이백과 같이 시성(詩聖)이라고 일컫는 시인은 술을 마시고 저절로 감흥이 생기는 대로 시를 짓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이들도 방대한 독서량을 기반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시를 창작한 것이다.

둘째, 글을 쓰기 전에 개요문을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TV사극을 보면 천재들은 과거 시험장에서 제시문을 보는 즉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들은 시험장에 들어오기 전에 다양한 논제에 대한 개요를 머리 속에 구상했고 출제된 논제가 자신이 준비한 것 중의 하나였을 뿐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개발할 프로그램의 논리적 구성도를 그리는데 전체 개발기간의 절반 이상을 투자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한국 프로그래머들은 논리적 구성도도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코딩 작업을 시작한다. 한국에서 뛰어난 프로그래머를 찾기 어렵고 글로벌 시장을 제패한 좋은 프로그램이 없는 이유다.

셋째, 가급적 긍정적인 관점에서 글을 전개하고 표준어, 긍정적인 단어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글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긍정적인 글을 쓰는 사람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관적인 내용보다는 밝은 비전에 대한 글을 좋아한다.

사람의 얼굴을 관찰해 운명을 점치는 관상학과 마찬가지로 글도 ‘인상’이 있다는 말을 한다. 좋은 내용과 긍정적인 단어가 나열된 문장은 그렇지 않은 것과 차별화된다. 한국 속담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넷째, 좋은 필체를 갖기 위해 글씨 쓰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작성해도 악필이라 읽기 어렵다면 우호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 명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읽기 편한 수준 정도의 글씨체는 유지해야 한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해지면서 손 글씨를 쓸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당장 펜 글씨 교본을 사다가 연습하면 된다. 기본 글자의 형태를 잡고 나서 좋은 글을 따라 쓰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스스로 다양한 주제에 관한 논술을 작성하면서 글을 쓰면 좋겠지만 분량이 너무 작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검색하면 많고 어린이용 동화책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다섯째, 글은 전체적으로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것이 좋으므로 각 문단의 길이를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500자 논술의 경우에 서론은 150자, 본론은 총 1200자, 결론은 100자 정도로 각각 구성하는 것이 좋다. 본론1, 본론2, 본론3도 한 문단이 다른 문단에 비해 지나치게 길거나 짧으면 균형이 깨진다.

글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도 개요문 작성이 중요하다. 각 문단에 어떤 관점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례를 설명할 것인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글을 쓰면서 구상을 풀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글을 쓰기 전에 구상을 완전하게 정리하는 것이 의도한 글을 쓰는데 편리하다.

결론적으로 수험생의 입장에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지식, 개요문 작성, 긍정적인 글, 좋을 필체, 균형적인 문장구성 등을 갖춰야 한다. 수험장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좋은 논술을 작성하는 것은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해도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다. ‘Back to the basic’이라는 말처럼 근본으로 돌아가서 기초지식부터 공부한다면 머지 않아 좋은 논술을 쓸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계속 –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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