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정원 채용 준비방법 ⑭ 신원조사의 중요성과 고려요소 - 민진규 교수(합격의 법학원)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9-02-02
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1.12 16:5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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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

2003년 국내에 개봉된 홍콩 영화 ‘무간도’는 경찰이지만 범죄조직에 침투한 스파이와 중화권 최대 범죄집단인 삼합회의 조직원으로서 경찰로 변신한 스파이가 펼치는 치열한 두뇌게임이 줄거리이다. 1편이 성공한 이후 속편이 제작됐으며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개념의 영화나 드라마가 다수 촬영됐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범죄조직에 경찰을 침투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범죄조직도 신입 조직원에 대해 자체적으로 철저한 신원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은 업무의 특성 상 확실한 보증인이 없으면 핵심 조직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홍콩 영화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범죄조직도 핵심 조직원뿐만 아니라 말단 조직원을 받아들일 때 신원조사를 하는데 하물며 정보기관이 더 철저한 신원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보기관 내부에 적국의 간첩이나 잠재적 보안 위배자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목적이다.

신원조사는 ‘국가 안전에 관련된 인원 및 배후에 대한 신원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배후는 대상자의 친족, 추천인, 교우 등이고, 신원정보는 출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원에 대한 모든 사항을 말한다.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제3장 제58조에 따르면 신원조회는 공무원 임용예정자 본인과 가족, 친인척, 교우 등을 대상으로 한다. 신원조사 사항은 이름 및 주민등록번호, 등록 기준지 및 주소, 친교 인물, 정당 및 사회단체 관련 사항, 국적 변동 내역, 학력 및 경력, 가족관계, 재산, 범죄경력 및 상벌 내역, 인품 및 소행, 병역사항, 해외 거주 사실, 기타 참고사항 등 13가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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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조사 대상과 조사항목

▶ 학연, 지연, 혈연 등 연고주의를 강화하는데 악용될 소지도 있어

국가정보원의 입장에서 신원조사는 잠재적인 위협요인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이전에는 북한과 연루된 인사나 정치사상이 의심되는 후보자만 골라내면 충분했지만 현재는 가치관이 다원화되고 있어서 후보자의 신원조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신원조사는 국가정보원 지원자의 입장에서도 가장 정보가 부족하고 자신이 판단하기 어려운 채용절차에 해당된다. 필기시험이나 체력장 등은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만 신원조사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원조사의 중요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 내부에 스파이가 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스파이는 북한과 같은 적국의 사주를 받을 수도 있지만 우방국이 국가정보원에 스파이를 파견할 수도 있다.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국의 스파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방국의 스파이를 차단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북한은 1945년 8〮15해방 이후 좌우진영의 이념대결, 6〮25전쟁의 혼란, 1960~70년대 체제대결의 과정 속에서 남한에 간첩을 침투하기 위해 노력했다. 벌써 60~70년이 흐르면서 원조 간첩은 은퇴하고 2세, 3세들이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 활동하지 않았던 수면요원(sleeper)과 자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방첩활동이다.

영화 ‘공작’의 실제 모델이었던 흑금성은 다수의 한국 공무원, 교수, 기업가 등이 미국에 비밀정보를 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정보를 팔아 넘기는 공무원이 있다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위한 스파이도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형법도 우방국을 위해 활동할 경우에는 간첩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둘째, 보안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지원자를 최대한 필터링(filtering)할 수 있다. 정보기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방첩활동의 부담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 주요 정보기관인CAI, FBI, NSA 등의 정보기관도 내부 보안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안사고는 돈을 받고 비밀정보를 외부에 넘기는 것에서부터 ‘부지불식’ 중에 비밀정보의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까지 모두 포함한다. 정보요원 선발과정에서 정보마인드와 보안마인드를 철저하게 검증했을 경우에는 보안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가족의 불화, 갑작스러운 금전수요, 평상시의 음주습관, 개인의 성적취향 등을 평가하는 이유도 보안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개인의 신상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입사 후에도 동향을 파악해 보호해줘야 한다. 신원조사와 동향파악 등은 정보요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셋째, 조직 내부의 불신감을 해소해 신뢰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정보기관은 조직의 특성 상 일상적인 업무 대부분이 비밀에 속한다. 오히려 비밀이 아닌 업무가 더 적을 정도로 비밀업무가 많기 때문에 구성원끼리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

정보의 수집, 분석, 보고서 생산, 배포 등의 과정에서 직원들은 서로를 신뢰하면서 협업한다. 비밀이 유출되거나 보안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업무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보기관 내부 업무규정에 따라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 외에 관련된 정보는 다루지 않지만 상호 신뢰는 중요하다.

하지만 신뢰가 너무 잘 형성되면 비밀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직원끼리 식당, 야유회, 동호회 등의 모임에서 만나 편안하게 자신의 업무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기관도 이러한 이유로 내부 비공식적 모임을 장려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신원조사는 조직 내부의 스파이 침투 가능성 차단, 보안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지원자의 필터링, 조직 내부의 불신감을 해소해 신뢰분위기 조성 등의 이유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신원조사는 지원자가 통과해야 할 마지막 관문이자 가장 불확실성이 높은 평가과정이다.

그렇다고 신원조사의 일관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거나 투명성이 부족하면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는데 애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신원조사가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연고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어 우려된다.

▶ 21세기 글로벌 경제전쟁을 주도할 인재를 선발해야 국정원 미래도 밝아

정보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공무원, 공기업도 신원조사를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봐도 신원조사는 지원자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을 예방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신원조사가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담당자의 입맛대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국가정보원 인사담당자가 지원자의 신원조사를 진행할 때 염두에 뒀으면 하는 몇 가지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원조사 사항 중에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것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정당 및 사회단체 관련 사항, 인품 및 소행, 기타 참고사항 등은 평가자의 개인적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항목이다.

지원자가 가입한 정당이나 사회단체가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빨간 딱지’를 붙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이 약 10년 주기로 교체되고 있는 것도 사회단체에 대한 평가를 정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둘째, 미국의 CIA와 마찬가지로 직원의 등급을 세분화해 특정 업무에 적합한 인원의 채용에는 신원조사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신원조사의 항목도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계약직으로 채용해 임무를 부여하고, 임무가 완료되면 계약을 종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컴퓨터 범죄, 사이버정보전쟁(Cyber information Warfare)와 같은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친교 인물, 정당 및 사회단체 관련 사항, 국적 변동 내역, 인품이나 소행, 병역사항, 해외 거주 사실 등을 파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신원이 확실해도 컴퓨터 전문지식이 없으면 아무런 활용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지원자 자신이 아닌 가족과 친인척의 과거 전력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연좌제는 없애야 한다. 5공화국 정부가 연좌제를 폐지한 이후에 많은 문제점이 해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늘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신원조사 과정에서 지원자 본인이 한 번도 본적이 없거나 들은 적도 없는 친인척의 과거 이력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방 이후의 좌우혼란, 6〮25전쟁, 군사정부 시절의 용공탄압 등은 이제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군사 정부가 민주화 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사담당자들은 주관적인 평가의 최소화, 특정 임무에 투입할 직원의 신원조사 간소화, 가족과 친인척의 전력을 악용하는 연좌제 폐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신원조사는 인격이 잘 형성된 성품이 완벽한 후보자를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열한 21세기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국가정보원이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해 국가전략을 수립하는데 일조하려고 한다면 전근대적인 신원조사 개념은 버려야 한다.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해‘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편으로 신원조사를 활용한다면 국가정보원은 미래를 밝을 것으로 판단된다.

– 계속 –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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