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처 논술] ④결론의 결어 정리와 결론의 마무리 전략
민진규 대기자
2023-07-02
한국 속담에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다’라는 말이 있다. 글쓰기에도 서론이 좋으면 결론이 훌륭해질 수밖에 없으며 서론과 본론은 항상 운명공동체로써 ‘같은 배를 타고 간다’고 볼 수 있다. 서론이 독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야 한다면 결론은 독자가 필자의 의견에 동조해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마지막 기회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본론에서 충실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기 때문에 결론은 단순 요약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론은 ‘용(龍)을 그리고 마지막에 눈동자를 찍어 넣는다’는 의미의  ‘화룡점정(畵龍點睛)’과 마찬가지로 글의 완성도를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실제 필자는 논술 강의를 진행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본론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결론을 화룡점정이 아니라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마무리해 좋은 글을 망치는 수험생이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대통령 경호처 수험생들이 결론 단락을 작성할 때 유의했으면 바라는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서론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쓴다는 관점에서 접근

결론 단락은 ‘본문의 소주제문을 요약해 전체 글의 결론을 내린 문장’인 결어(concluding sentence)가 핵심이다. 결어는 본론의 요약, 자신의 의견 등으로 구성되며 세부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 결론 단락의 구성 [출처=iNIS]


우선 본론을 요약하는 것은 ‘본론에서 설명했던 내용을 함축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본론을 요약하는 방법은 다음 3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본론의 전체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본론에서 사용한 중요한 사례, 주장, 반론 등은 빠짐없이 챙기는 것이 좋다. 하나라도 누락시키기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옮겨 적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어와 표현의 중복은 피해야 한다.

둘째, 본론 소주제문의 핵심 단어는 포함시켜야 한다. 본론은 본론1, 본론2, 본론3을 모두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3개 문장이 요약의 대상이다. 핵심 단어라고 해도 동일한 의미의 다른 단어로 나타내는 것이 문장의 질(quality)을 높이는 방법이다.

셋째, 본론에서 나오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서는 안 된다. 결론은 말 그대로 본론의 내용을 최대한 축약하는 것이지 새로운 주장을 펼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수험생의 경우에 본론을 쓸 때 생각나지 않았지만 결론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떠오른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이다.

다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결어에 대한 필자의 견해, 사회적 영향, 교훈 등을 표명’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해도 왜 그러한 주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한번 더 펼치라는 의미이다. 세부 주의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필자의 견해도 논제에 한정돼야 한다. 한국인들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폭넓은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미사여구(美辭麗句)도 많이 동원하고 불필요한 멋진(?) 단어를 사용하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자칫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처럼 글의 초점을 흐릴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둘째, 사회적 영향도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시각에서 해석해야 한다. 본론에서 열심히 객관적이며 공신력 있는 자료로 독자를 설득했는데 결론에서 주관적인 생각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주관적인 논리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뛰어난 문장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급진적이고 무책임한 선동가와 우매한 백성들만 비약적인 논리를 신봉할 뿐이다.

셋째, 교훈은 자신의 입장에서 표현해도 무방하다. 모든 사람이 필자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동일한 감동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가급적이면 자신이 느낀 생각을 객관화시킬 필요는 충분하다.

넷째, 미래 전망은 무리하게 과장하기 보다는 보수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론은 독자가 글에 대한 감동을 유지할 수 있는 최종 시간에 해당되기 때문에 비상식적으로 논리를 비약할 필요는 없다. 논리를 비약한다고 해서 독자의 감동이 더 증폭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감동의 여운에서 독자를 화들짝 깨울 뿐이다. 

서론과 본론은 부족한데 결론으로 기사회생하는 것은 불가능

매일 매일 글을 쓰고 언론에 기고하면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필자도 결론을 쓸 때는 매우 신중하게 고민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결론이 매끄럽지 못하면 열심히 전개한 서론과 본론의 가치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유명 인사나 학자들이 쓴 글을 보면 결론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글쓰기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오랫동안 많은 책을 집필했고, 장기간 연구 활동으로 높은 학식을 가진 전문가라고 해도 좋은 글을 쓰려면 기본적으로 구성요건을 갖춰야 한다. 방송이나 강연에서 청산유수(靑山流水)로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논리적인 글을 체계적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 결론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처 수험생들이 주의했으면 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론이나 본론의 내용을 단순하게 중복 서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본론을 단순하게 요약하거나 정리만 할 경우에는 반복 표현을 이유로 감점을 받기 때문이다. 결론은 본론보다는 서론과 연관성이 크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서론이 질문이라면 결론은 그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성할 필요가 있다. 질문은 잘 했는데 답변이 모호하면 ‘현문우답(賢問愚答)’이 되는 셈이다.

둘째, 정교한 결론을 구성하기 위해 고심하기 보다는 단순 ‘대답’차원의 결론을 작성해도 무방한 논제가 많다. 즉 다시 말해서 결론 구성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입하거나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결론은 결론으로서 구성요건을 갖추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언론에 게재된 글에는 결론이 없는 사례도 많을 정도로 결론을 고민하지 않는 글쓰기 전문가도 적지 않다.

셋째, 결론의 내용은 논제의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난다. 비판, 주장, 대안 등 필자의 견해가 포함된 경우에는 전망, 제언, 한계 보완 등이 반드시 요구된다. 반면에 비교, 분석, 설명, 평가 등의 유형에서는 ‘결론’이라기 보다는 ‘맺음말’ 성격의 마무리가 적당하다. 본론의 논의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나 분석의 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포함하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결론은 결론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구성요건을 지키면서 논제의 성격에 맞춰서 마무리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서론과 본론이 뛰어나지 않은데 결론으로 글을 ‘기사회생(起死回生)’ 시키겠다는 꿈은 꾸지 않아야 한다. 무리한 확장이나 논리적 비약은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 계속 - 

* 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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