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처 논술] ⑤전체적인 논술 조화를 통한 평가자 설득 전략
민진규 대기자
2023-07-02
필자는 논술 강의를 진행하면서 동서고금(東西古今)의 훌륭하다고 평가 받고 있는 글을 수업 교재로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그 중에는 전문학자나 유명인사가 인생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글도 포함된다. 소위 말하는 명문도 많이 읽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칭송하는 것만큼 흠뻑 빠져들지는 못했다. 좋은 글이란 모든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하지는 못할지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평범한 문구의 나열이라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강인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중시하는 대통령 경호원에게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감동적인 논술을 쓰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없고, 그러한 기대를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원으로서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이해하고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능력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

사고의 기준을 국민의 눈 높이에 맞추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경호원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은 잊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 경호처 수험생들이 대통령의 안위를 보좌할 수 있을 정도로 소양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논술을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자. 

배경지식을 넘어 논리력을 갖춰야 평가자를 설득할 수 있어

대통령 경호처의 논술은 단순한 태도를 묻는 질문을 넘어서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논제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중이다. 과거에는 기본적인 태도나 경호원칙과 같은 단순한 이론에 관해 요약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이해하고 국민들의 눈 높이에 맞춰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논제를 선호한다. ‘21세기 한국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논하라’라는 논제가 출제된 경우에 전체 논술을 조화롭게 구성할 수 있는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논술의 전체적인 조화 전략 [출처=iNIS]


첫째, 논제에 대해 필자의 입장을 펼칠 수 있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주어진 논제와 관련된 배경지식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의 조선과 대한제국 상황, 청일전쟁의 배경과 결과, 삼국간섭의 원인과 결과, 아관파천의 진행과 동북아 군사균형에 미친 영향, 러일전쟁에서 영국의 역할과 교훈 등이 기본 자료에 해당된다.

더불어 21세기 초의 한국의 주변 상황, 남북대화의 진행과 애로점, 북미대화의 진행과 미래 전망, 미∙중 무역전쟁, 한일 외교분쟁 등도 현안 이슈로 파악해야 한다. 배경지식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준(準) 전문가 정도의 깊이를 가져야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데 편리하다.

둘째, 배경지식을 조리 있게 배치할 수 있는 문장 구성력, 시제와 행위자를 묘사하는 정확한 문법,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맞는 용어로 변화시키는 화려한 어휘력도 서론, 본론, 결론을 작성하는데 요구된다. 서론의 도입문과 주제문, 본론의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 결론의 결어와 제언 등은 논제에 대한 필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성요소에 해당된다.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올바른 문법을 사용하고 유려한 어휘력을 구사해야 한다. 긴 문장보다는 짧은 문장이 선택하고 구어체보다는 문어체가 문장의 품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접속사는 가급적 생략하고 수동태보다는 능동태가 필자의 설득 의지에 대해 독자가 중압감을 느끼도록 만드는데 유리하다.

셋째, 필자의 주장이 독자를 충분하게 설득할 수 있도록 논리력을 갖춰야 한다. 설득력 있는 논리로 ‘21세기 한국의 외교정책은 이러이러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견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복잡한 대내외 현실을 감안하면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논제이다.

한국의 현안 외교 이슈인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미국과의 방위비분담 협상,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 중국의 한국압박 정책 등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논리와 해결책으로 풀기 어렵지만 대통령 경호원을 넘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고민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 국가와 사회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야 훌륭한 글

언론에 기고하든 책을 집필하든 필자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도 동일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가자가 가장 충실한 독자라고 인식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는 최선의 방법이다. 대통령 경호처 수험생들이 최종적으로 논술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면 다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글의 내용이 논제에 충실하고 해당 논제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논술 시험은 수험생의 다양한 지식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이슈에 대한 관점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진행된다. 즉 다시 말해서 논제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고 있는지, 복잡한 이슈를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지, 제시한 해결 방안이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solution)인지 등을 평가하려는 것이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논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거나 혹은 생소한 논제로 인해 당황스럽다고 내 맘대로 논제를 바꿔서는 안 된다. 고도로 정제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제를 비켜가기 보다는 자신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주장을 펼치면 된다. 논제의 범위는 출제자가 논술을 평가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둘째, 논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논술을 작성하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혹은 ‘누군가 이런 얘기를 했다’는 식으로 주장을 나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술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필자 자신의 의견을 요구한다.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도 평가자도 알기 어려운 생소한 이론이라 희귀한 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혹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획득한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객관적인 자료만이 평가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셋째,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수준에서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글도 말과 마찬가지로 필자의 성정(性情)에서 나오기 때문에 ‘마음의 창’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평가자는 글을 통해서만 수험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평가자라면 답안지를 읽으면서 수험생의 논제에 대한 생각과 의지를 마음 속으로 헤아리게 된다.

따라서 수험생은 평가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평가자 대부분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글을 읽고 평가해본 사람이라 글쓴이의 마음을 쉽게 헤아릴 수 있다. 논제와 자신의 주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는지, 논제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지 등은 기초적인 정성적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애정으로 마음이 따뜻한 수험생의 글은 용어와 표현법만으로 평가자에게‘뜨거운 열정과 은은한 온기’를 충분하게 전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논술이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으려면 논제에 대한 충실도, 설득력 있는 주장과 확고부동(確固不動)한 근거, 평가자와 정신적 가교의 구축 등의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필자는 한국 사회가 밝고 아름다워지려면 지식이 풍부한 냉혈한 보다는 소양이 풍부하면서 가슴이 따뜻한 공무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경호처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 모두가 자신의 출세와 호구지책(糊口之策)보다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건전한 공동체(community) 정신을 우선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청운의 꿈을 꾸며 오늘도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모든 수험생의 앞날에 서광이 깃들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친다. 

- 끝 - 

* 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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