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메모의 허와 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7 오전 10:03:00
오늘 여러 신문에 ‘연필과 카메라 폰, 어느 쪽이 강할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내용은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공대교수가 수강생들의 카메라 폰 사용을 금지하였다고 한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웹사이트에서 자료를 내려 받거나 칠판을 카메라에 담거나 다른 전자제품에 저장하면 자신의 것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배움에는 지름길이 없으며 사진이 노트필기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하였으며, 학생들이 강의를 제대로 필기하지 못하여서 학습능률이 제대로 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요즘 실제 많은 학생들이 편리한 디지털 기기를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여건에서 활용할 수 있어 참 편리하다는 생각은 많이 든다. 좋은 디지털 학습도구가 많이 보급되어 활용되고 있지만, 현재의 학생들이 과거 아날로그 시대보다 더 똑똑해진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부문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메모도구를 살펴보자.

먼저 위에서 지적된 카메라 폰이나 디지털 카메라이다. 그림이나 특정상황을 묘사하고 보존하는데 사진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 특정 장면이나 내용은 금방 사라지기도 하여서 연필로 스케치하거나 글로 상세히 묘사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강의내용은 연필로 메모하는 것이 좋지만, 공대의 강의처럼 특정 사진이나 도표, 복잡한 수식을 많이 쓴다면 카메라 폰으로 찍어서 저장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즘 카메라 폰이 많이 보급되어 거의 누구나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둘째 디지털 녹음기이다. 크기가 작고 용량이 거의 무제한인 디지털 녹음기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중요 내용을 메모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면 편리하다. 메모장을 항상 가지고 다니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연필로 메모를 하는 것보다, 말로 저장하는 것이 편리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녹음기를 활용하여 말로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녹음기를 활용한 메모방법을 여러 번 시도하였지만 정착시키지는 못하였다.

위의 2가지 메모 도구를 보면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마다 선호하는 도구가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편리한 메모방법을 택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메모를 하는 목적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메모한 내용을 활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이 메모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위의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디지털 기기 내에 저장하여 두는 것이 학습한 것이거나 이해한 것으로 간주 되지는 않는다. 메모할 때는 자신에게 편리한 방법을 선택하였다고 하지만, 반복 학습을 통하여 자기 것으로 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도표라면 시간을 내어서 자신이 직접 그려보고 이해하도록 하여야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사실 학생들에게 효율적인 메모방법을 교육해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 강의 내용을 필기하는 것도 초등학교부터 자신이 해온 오랜 습관에 따라 하는 것이지, 누가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초등학교 때에 좋은 강의 메모습관을 익히지 못하면 공부를 잘 하기 어렵다. 좋은 강의 메모가 좋은 학습결과를 낸다는 것을 모르는 교육자와 학생은 없다. 그런데도 그러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들이 디지털기기를 사용한다고 질책하면서 아날로그 방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기를 효율적으로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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